[쏭글의 Feel름]영화 ‘생일’의 진짜 이야기…기억의 공유와 치유,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

최종수정 2019.04.06 12:57 기사입력 2019.04.06 12:57



[아시아경제 송윤정 기자, 박수민 피디] 생각만큼 불편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더 먹먹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을 고통과 절망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작품이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의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충무로 명품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출연해 기대감을 내비치는 관객들도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시선이 많다.


사진=영화 '생일' 스틸컷. 편집=다까이채
사진=영화 '생일' 스틸컷. 편집=다까이채

‘생일’은 세월호 참사 그 자체를 다루진 않는다. 사고 당시의 모습이나 사건의 경위, 법적 공방과 책임 소재의 여부 등 사건을 둘러싼 민감한 부분은 영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생일’은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유가족과 그 주변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네가 없는 너의 생일’이라는 말처럼 영화는 세상을 떠난 수호(윤찬영 분)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호의 가족과 친구 등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그 과정을 통해 고통과 상처를 치유한다.


사진=영화 '생일' 스틸컷. 편집=다까이채
사진=영화 '생일' 스틸컷. 편집=다까이채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낸 수호의 아빠 정일(설경구 분)은 아들이 죽은 지 2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는 이제라도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을 해보려는 듯 가족의 주변을 맴돈다. 그리곤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아들을 흔적을 보며 홀로 슬픔을 삼킨다.


수호의 엄마 순남(전도연 분)은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전히 아들의 방을 청소하고, 옷을 사고 끊임없이 대화한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툭하면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라 오열한다. 순남은 수호의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킨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수호의 생일 파티에서 뒤바뀐다. 아들의 성장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게 된 정일은 눈물을 쏟아낸다. 아들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어서, 아들에게 해준 게 너무 없어서, 그래서 함께 추억할 것이 없음이 죄스러워 울고 또 운다. 반면 수호의 생일 파티를 반대했던 순남은 웃음을 되찾는다. 아들이 떠난 이후 단 한 순간도 아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순남이 드디어 모든 걸 내려놓는 순간이다.


자신만 살아있다는 사실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직 마주보기에 불편한 소재인 건 맞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길 바란다.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박수민 피디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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