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글의 feel름] ‘자전차왕 엄복동’, 애국코드의 잘못된 발현…아쉬움 가득한 116분

최종수정 2019.03.01 14:16 기사입력 2019.03.01 14:16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아시아경제 씨쓰루 송윤정 기자, 박수민 피디]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


일제강점기 당시 오직 자전거 하나로 조선인의 자긍심을 드높이며 ‘동양의 자전거왕’으로 불렸던 엄복동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지난 27일 개봉했다.






2017년 촬영 종료 뒤 계속 개봉이 미뤄졌던 ‘자전차왕 엄복동’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어렵사리 빛을 보게 됐다. 개봉 전부터 각종 논란에 시달렸던 이 영화는 부실한 스토리 개연성과 불편한 애국코드, 부족한 연출력을 드러내며 실망감만 선사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첫 번째 영화이자 가수 겸 배우 정지훈(비)이 엄복동 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김유성 감독이 연출권 침해를 이유로 중도 하차를 선언하고, 엄복동의 자전거 절도 이력이 거론되며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에 열린 자전거 한일전’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문제는 소재만 매력적인 데 그쳤다는 점이다. 일단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 엄복동이 촌구석 물장수에서 동양 최고의 자전거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이다. 인물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가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엄복동의 가족사와 러브라인은 그리다 말았고 애국단의 항일 운동은 총탄 몇 번, 고문 당하는 몇 장면으로 뭉뚱그려졌다.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스토리가 엉성하다보니 엄복동과 애국 코드와의 연결성은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다. 영화적 측면에서 엄복동의 열정과 승리가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항일 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것 자체는 납득할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생기게 했다면 전략 성공이다. 하지만 과도한 애국 코드는 오히려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이른바 ‘국뽕’을 대놓고 연상시키는 엔딩 장면은 무척이나 촌스럽고 나이브한 선택이었다.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스포츠를 소재로 했지만 자전거 경주가 주는 긴장감이나 속도감은 물론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처절함이나 간절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스릴감을 자아내는 장면이 아니라 선수들 사이의 몸통 박치기가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주연 배우 정지훈을 비롯해 이범수, 강소라, 민효린, 김희원은 물론 박근형, 이경영, 이시언, 고창석, 이원종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음에도 누구 하나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중심엔 감독의 연출력 부재가 있을 것이다.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자전자왕 엄복동' 스틸컷. 편집=씨쓰루

마지막까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진짜 문제는 자전거를 수십 대나 훔친 엄복동의 어두운 이면을 담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는 걸.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박수민 피디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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