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리뷰)영화 ‘밤치기’ 한 여자의 찌질하고 노골적인 사랑 만들기…영화를 본 남녀의 반응은?

최종수정 2018.11.02 16:55 기사입력 2018.11.02 16:38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아시아경제 씨쓰루 안은필 기자, 송윤정 기자, 박수민 피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늘의 비전 부문 감독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영화 ‘밤치기’가 1일 개봉했다. ‘밤치기’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여성이 영화 시나리오 자료조사를 핑계로 남성을 다시 불러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초반부터 노골적인 대사가 줄지어 등장한다. 가영(정가영 분)은 진혁(박종환 분)에게 다짜고짜 자위 횟수, 야동 취향, 섹스 판타지 등을 묻고 진혁은 당황해 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한다. ‘원나잇 토크 무비’를 표방하는 영화 ‘밤치기’가 그리고자 했던 진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온 두 남녀 기자의 반응을 정리했다.



#1. 첫 인상 “기존 여성 캐릭터의 모습 아니라 신선”, “솔직히 처음엔 보기 불편해”

안은필(이하 ‘은필’) 처음 영화 제목을 봤을 때 ‘이게 뭐지’ 싶었다. 솔직히 제목이 좀 심상찮지 않냐. 설마 했는데 ‘원나잇 토크 무비’라는 포스터 속 문구를 보고 역시나 했다. (웃음)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고전적인 남녀의 성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밤치기’에서는 여주인공 가영이 남주인공 진혁에게 적극적이다 못해 노골적으로 구애를 한다.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게다가 진혁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기까지의 과정도 상당히 자극적이다. 로맨스 영화 시나리오를 핑계로 남성에게 ‘하루에 자위 2번 해봤냐’고 묻거나 여친과의 섹스 횟수와 체위 등을 묻는 가영의 모습이 놀라웠다. 성적인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게 여성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거기에서 나오는 유머와 일탈감도 괜찮았다.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송윤정(이하 ‘윤정’) 여주인공 가영 역을 실제 정가영 감독이 맡았더라. 정 감독 영화는 처음 보는데 항상 본인이 쓰고 본인이 찍고 본인이 연기를 한다. 다재다능한 분인 것 같다. 영화 초반부터 거의 끝나기 직전까지 남녀가 계속 술을 마시면서 끊임 없이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그려진다. 솔직히 처음엔 보기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몰입하고 있더라. (웃음) 여성이 야한 멘트를 쏟아내고 남성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묘하게 이질적이면서 한편으론 재밌고 신선했다. 하지만 영화 시나리오 작업은 핑계였고 사실은 가영이가 진혁에게 사적으로 호감이 있었던 것으로 묘사될수록 오히려 이전까지의 가영이가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생겼다. 남자든 여자든 호감가는 이성에게 성적인 질문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2. 배우 연기 “현실적인 남성의 모습이 인상적”, “감독이 배우까지 섭렵”

은필) 등장인물이 가영과 진혁 그리고 영찬까지 총 3명이다. 세 배우 모두 휼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진혁 역을 맡은 박종환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저를 포함해 ‘남자는 다 늑대’라고 생각한다. (웃음) 극 중 진혁은 여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가영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써 선을 긋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영의 대시가 싫지만은 않은 행동을 보이는데 이런 게 굉장히 현실적인 거다. 자기 좋다고 하는 이성에게 100% 철벽을 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또 배우들의 대사 처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 애드리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두 군데를 제외하곤 전부 대본에 써있는 거라고 하더라. (놀람)

윤정) 대사 처리가 유독 자연스럽게 들리는 건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롱테이크 촬영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적인 술자리 장면 묘사를 위해 한 씬당 30~40분씩 촬영했다고 하더라. 배우들이 대사를 외우는 데 애 좀 먹었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정 감독뿐만 아니라 영찬 역을 맡은 형슬우 씨도 감독 겸 배우라는 거다. 감독들이 연기까지 잘하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 (웃음)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3. 인상깊은 장면 “영찬의 등장으로 모든 상황 정리돼”, “이름점 치는 가영이의 순수미”

은필) 영화 초반에 줄기차게 쏟아내던 파격 대사들이 중반부터 점점 힘을 잃는다. 군데군데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생긴다. 그러다 영찬이 등장하면서 스토리와 주제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찬은 가영의 애정공세를 피하기 위해 진혁이 노래방으로 불러낸 ‘아는 형’이다. 진혁이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영찬은 가영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댄다. 가영이 진혁의 입장이 되고 영찬이 가영의 입장이 된 것이다. 주체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윤정) 가영이가 혈액형과 이름점을 이용해 진혁과 애정운을 점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계속적으로 야한 농담만 내뱉던 가영이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 지점이었다. 진혁을 바라보는 가영이의 진짜 속내가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남자와 하룻밤 자고 싶다’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당돌하고 센 이미지 뒤에 감춰진 순수하고 풋풋한 가영이의 모습을 봤다. 어쩌면 가영이가 진정 원하는 건 진혁과의 하룻밤이 아니라 ‘꽁냥꽁냥’하고 ‘모에모에’한 연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 결말 및 총평, “엔딩이 너무 짠해서 맴찢”, “배경음악이 매력적이지 않아”

은필) 개인적으로 엔딩이 너무 짠했다. 안 그래도 짠한 가영이의 처지가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엔딩은 가영이가 진혁을 만나기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진혁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쁘게 꽃단장하는 가영의 모습과 진혁에게 거부당하는 가영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안타까움을 극대화한다. 포스터에 쓰인 “오늘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라는 말 역시 묘하다. 표면적으론 진혁을 향한 가영의 직접적인 구애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불가능하겠죠’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함으로써 사실은 가영이가 이미 진혁의 거절을 예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인상을 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할까 무서워 고백을 포기해본 사람이나 거절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꽤 공감가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밤치기' 스틸컷, 편집=씨쓰루

윤정) 반대로 전 엔딩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았다. 가수 파파야의 히트곡 ‘사랑 만들기’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마치 소개팅을 나가는 듯한 가영의 모습을 보며 짠함보다는 뻔함을 느꼈다. 안 기자는 짠함이 더욱 극대화 됐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론 그 전까지 가영이가 쌓아온 솔직 발칙한 이미지가 모호해지는 인상을 받는다. ‘밤치기’는 기존의 한국영화가 그리는 남녀의 캐릭터성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엔딩에서는 이게 희미해진다. BGM에 ‘사랑 만들기’가 아니라 가수 나비의 ‘집에 안 갈래’가 깔렸더라면 어땠을까.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박수민 피디 soop@asiae.co.kr
안은필 기자 eunpi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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