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리뷰)영화 '암수살인' 리뷰, 장르적 쾌감↓ 인물 심리전↑…데이비드 핀처 ‘조디악’ 떠올라

최종수정 2018.10.02 22:43 기사입력 2018.10.02 20:59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아시아경제 씨쓰루 송윤정 기자, 박수민 피디] 범죄 실화 영화 ‘암수살인’이 우여곡절 끝에 내일(3일) 개봉한다.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수살인’은 지난달 20일 해당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개봉에 난항을 겪었다. 제작 과정에서 유족 측의 양해를 구하지 않았고, 영화 속 피해자에 대한 묘사가 실제 사건과 너무 흡사해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이유다. 이후 제작사 측은 유족들에게 사과했고 지난달 30일 유족 측이 이를 받아들이며 소송을 취하했다. 논란을 딛고 베일을 벗게 된 ‘암수살인’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1. 감옥에서 온 편지…‘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먼저 다뤄

영화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와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이다.

이는 2011년 부산의 한 유흥업소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수감된 이모 씨가 안면이 있던 김정수 형사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편지를 보낸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이씨로부터 10건의 살인 범행이 적힌 A4 두 장 분량의 자술서를 받은 김 형사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단순 실종으로 처리된 여성의 이름을 발견했다. 곧장 사실 확인에 나선 김 형사는 이씨가 말한 장소에서 토막난 시체를 발견했고 나머지 범행도 추적하기에 이른다.

해당 사건은 201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방송에서는 이씨가 보낸 편지와 이씨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돼 큰 파장을 낳았다.

#2. 잔인함 버린 새로운 범죄수사물…영화 ‘조디악’ 연상돼

‘암수살인(暗數殺人)’이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 사건을 의미한다. 사건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는 범인의 자백 뿐이다.

영화는 감옥 안에서 단서를 흘리며 형사를 도발하고 농락하는 살인범과 이 말만 듣고 실체가 없는 사건을 쫓는 형사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린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살인범 강태오가 수많은 형사 중 왜 하필 김 형사를 선택했는지,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을 받고도 굳이 추가 범행을 자백한 것인지, 그가 한 말 중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등을 역추적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또한 살인범이 던진 떡밥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미친 듯이 사건을 뒤쫓으면서도 접견실 안에서는 태연함과 여유로움을 연기하는 김 형사의 모습도 흥미롭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이 영화는 강렬한 액션신과 잔인한 살인 장면이 수반되는 일반적인 범죄수사물의 특징을 과감히 버렸다. 그보다는 살인범과 형사의 접견실 구강 액션과 피해 사실에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2007년 개봉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조디악’을 연상시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37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 조디악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는 범인을 영웅화하거나 자극적인 살인 장면을 내세워 장르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범인을 추적하는 인물들에게 집중한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영화 ‘추격자’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존 범죄수사물에 질린 관객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3. 형사 전문 배우 김윤석의 색다른 변신…주지훈, 강렬한 ‘삭발+이글아이’

김윤석은 영화 ‘범죄의 재구성’,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극비수사’ 등 여러 작품에서 형사를 연기했다. 그간 김윤석이 맡은 형사 캐릭터는 대부분 다혈질에 감정적이고 행동이 앞서는 거친 이미지가 강했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암수살인’ 속 김 형사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엘리트 느낌이 강하다. 살인범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지 않는다. 복장 역시 전형적인 형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미 정장을 입고 등장한다. 김윤석의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 ‘신과함께-인과연’, ‘공작’에 이어 올해만 벌써 3편의 영화에 출연한 주지훈은 연쇄살인범을 연기하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암수살인’ 개봉 전까지 삭발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신과함께-인과연’ 홍보 당시 가발을 착용할 만큼 이번 영화에 애착을 드러냈다.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사진=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편집=씨쓰루

또한 주지훈은 체중을 감량했고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했다. 능글 맞은 태도로 형사를 놀리다가도 순간 광기 어린 눈빛으로 돌변해 폭주하는 주지훈의 섬세한 감정 연기도 인상적이다. 다만 부산 사투리는 조금 아쉬웠다.

한편 3일에는 ‘암수살인’ 외에도 마블 영화 ‘베놈’과 디즈니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동시 개봉한다.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박수민 피디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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