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리뷰) 고전하는 '인랑' 대체 뭐가 문제였나…아쉬움만 남긴 '최고의 기대작'

최종수정 2018.08.20 11:21 기사입력 2018.07.31 20:08
영화 '인랑' 포스터
영화 '인랑' 포스터

[아시아경제 송윤정 기자, 박수민 피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일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과 '인크레더블2'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곧 '신과함께-인과 연'까지 등장한다. 김지운 김독이 만들고 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등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인랑'을 각색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 '인랑'은 31일 오후 7시 기준 누적 관객수 81만3213명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객을 사로잡지 못한 '인랑'의 패인은 무엇일까.



#1. 40분 늘어난 러닝타임에도 개연성은 더 없어졌다…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따랐다면

영화 '인랑'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작가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을 쓰고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차 세계대전에 패한 이후 일본 정세를 배경으로 한 원작은 비관적이고 암울한 분위기 속 무장 게릴라와 이를 진압하는 특기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씨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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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인랑'의 실사화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김 감독은 원작의 배경을 한국 정세에 맞게 수정했다. 영화 '인랑'은 남북한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사진=씨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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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자체가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만큼 김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할 때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작업"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의 예견대로 영화 '인랑'은 언론 시사회 직후 혹평에 시달렸으며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작에서 인간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인랑'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더러 가장 중요한 메타포인 '빨간망토' 스토리도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이룰 수 없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한 편의 잔혹동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진=씨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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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98분,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138분으로 늘어났다. 무려 40분이라는 긴 시간이 추가됐음에도 장면 사이의 연결성, 캐릭터의 성격 등 스토리의 전반적인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 주인공 강동원과 한효주의 멜로 라인에 너무 치중했다.

#2. 장르는 분명 SF인데, 어디죠?

김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2029년 미래사회로 설정했다. 하지만 영화에 표현된 미래사회는 오히려 현재보다 더 올드했다. 낡은 건물을 비롯해 그 어떤 부분도 미래사회를 그린다고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굳이 꼽자면 택시와 드론 정도. 독창적인 미쟝센을 추구한다고 여겨지는 김 감독의 작품이라기엔 여러모로 부실했다.

사진=씨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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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이 입은 인랑 수트 역시 미래사회의 것이라고 하기엔 깡통 로봇처럼 보였다. 이미 마블 '아이언맨'에 익숙해진 관객에 입장에서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차라리 미래사회라고 설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 김지운 감독이라서 더…연기력은 좋았지만 캐릭터는 없었다

'인랑'이 유독 혹평받는 이유는 이 작품을 김지운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전 영화 '밀정'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 감독의 2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인랑'은 개봉 전부터 이미 주목 받았다.

사진=씨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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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토리 전개와 이미지 묘사가 엉성했고 캐릭터 역시 공감 받지 못했다. 배우 면면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엔딩 크래딧이 올라간 뒤 남는 건 강동원의 얼굴, 한효주의 빨간 코트, 분노에 찬 김무열의 얼굴 정도.

사진=씨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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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SF 영화 제작에 대한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하지만 결국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그저그런 신파극으로 변질돼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박수민 피디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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